"관우 아세요?"
오랜만이었다. 어쩔 수 없이 끌려와 따분함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소개팅 자리에서 갑자기 한 초평원년 시절의 기억이 휘몰아쳤다.
포충, 유섭, 반봉이 사수관을 지키던 화웅이란 녀석에게 쓰러지자 연합군 막사 안은 두려움과 소란으로 혼란이 느껴졌다. 유비형님 뒤에 서있던 익덕과 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 없는 상태였지만 말이다.
결국 아무도 나서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조롱과 걱정과 멸시가 섞인 수군거림이 들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 와중에 조조라는 자가 나에게 다가와 따뜻한 술잔을 건내며 위로해주었으나, 솔직히 말해 깜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거절하고, 돌아와서 마시겠다고 했다.
화웅을 마주했을 때 그가 뭐라고 이야기했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다만 그 녀석의 목이 떨어지기 전 멍한 표정만 보였고, 그저 청룡언월도로 힘차게 그것을 베어낸 후 막사로 돌아왔다. 모두가 환호했고, 목을 축이기 위해 다시 집어든 잔은 따듯했다.
"관우 아시냐고요?"
질문이 다시 이어졌다. 그래서 나는 빙긋 웃으며 "차가 식기 전에 대답해드리면 되나요?" 라고 되물었다.
대답을 받은 그 녀석의 얼굴은 멍한 표정이었고, 급하게 흥미가 식은 채 다시 잡은 찻잔은 아직 따듯했다.
영감을 주신 Twitter 유저 붕괴님 (twitter.com/Collapsed_bot/status/1318482481289383936)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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