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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감상평은 제작진의 제작 의도나 작품 속 의미 분석 따위와는 상관없는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 지붕 뚫고 하이킥이 여러 논란 끝에 종결이 되었습니다. 일일극이나, 드라마 등의 극 종류를 챙겨본 것이 거의 2년만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시원섭섭합니다.
- 어쨌든 우리는 지붕 뚫고 하이킥을 통해 허구인 듯 하면서도 허구가 아닌 듯한 우리네 삶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제3자의 시각에서 그들을 보아왔기에 그들을 보며 웃을 수 있었지요. 하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의 캐릭터들은 우리네 모습들 그 자체였습니다.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인 사람 (ex.꿈은 서울대인데 현실은 서운대인 사람)
대학생활 후 정신 차려보니 취업 앞에 내던져진 백조, 백수
잘 해보려고 해도 민폐만 끼치게 되는 사람
말 죽어라고 안 듣는 사람
고집불통인 사람
항상 기죽어 지내는 사람
사랑을 하는 사람, 사랑을 못하는 사람, 사랑을 잃은 사람
주책인 사람
억척스러운 사람
쪼잔한 사람
기타 등등등...
- 이러한 모습들은 지붕 뚫고 하이킥을 보면서 우리가 보아왔던 모습입니다. 달리 말하면 이 중에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기도 하고, 우리가 보아왔던 우리네 일상들이 캐릭터화되어 투영되었던 것이지요. (물론 자신은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단순히 상황만 두고 보면 시트콤스러운 억지 설정은 산골소녀 신세경 자매의 서울상경 과정 빼고는 없었습니다. 뭐 물론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있겠지만, 위에 열거된 인간상들의 고민은 우리가 하는 고민들과 지극히 똑같은 모습들이었습니다. 이러한 고민, 소소한 일상을 제3자의 입장에서 보았으니 즐거웠겠지만 이는 분명 우리삶의 희노애락 그 자체였던 것이지요.
- 개인적으로 이러한 시트콤을 만들어 준 제작진들에게 큰 감사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재미와 우리네 삶의 문제가 이렇게 재미있게 버무려졌던 극이 최근에 있었나 싶을 정도이니까요. 이 작품은 그저 웃음만 주었던 시트콤이 아니었기 때문에 보면서도 더 여운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애정라인이 너무 과도하게 진행된 부분은 좀 아쉽긴 했지만요.
- 현재 지붕 뚫고 하이킥의 결말에 대해 논란이 많습니다. "Situation Comedy의 결말이 그래도 되느냐" 라는 가벼운 푸념부터 PD를 포함한 제작진들이 싸이코패스라느니 과격한 원성도 많습니다. 또한 "기억에 남을만한 엔딩을 만들어주어서 고맙다"라든가, "깔끔하고 멋진 엔딩이었다" 등의 찬사도 있습니다. 물론 비율을 놓고 보면 전자 쪽이 훨씬 많은 것 같지만요.
- 저는 지금까지 이어왔던 이야기처럼 결말 역시 그저 우리 삶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소중한 사람들이 우리 곁을 떠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인생에서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고 여느 사람들에게는 인생이라는 극의 종착역이라는 점에서 이 부분은 이겨내기 힘들 수 있고, (아마도) 누구도 원치 않는 부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이러한 일들은 피할 수도 없는 부분이고,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도 없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도 결국 다시 희노애락은 반복됩니다. GIGS의 그날 이후 가사처럼 누군가 며칠 울겠고, 가끔 생각하고, 누군가들의 기억 속에 남아 우수에 찬 이야기거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의 희노애락은 또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3년이 지난 후의 정음과 준혁학생의 모습, 얼마 전에 나왔던 해리 양과 세호학생의 결혼 생활 등이 이러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에 이러한 비극을 배치한 것 역시 칭찬받을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대다수의 네티즌이 바라왔던 대로 "모두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오히려 그저 그런 3류엔딩으로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 남지도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현실에서는 모두가 해피엔딩이란 것처럼 허황된 소리도 없지요. 그렇다고 해서 비극을 먼저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기 삶을 열심히 살았고, 잘 된 사람도 있다."라는 식의 엔딩은 절대 해피엔딩으로 포장될 수 없지요. 극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2인의 죽음 뒤엔 시청자들이 여느 부분에서도 해피의 H자도 찾을 수 없었을테니까요.
- 결론적으로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이 모든 것이 우리네 삶의 일부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비극적인 결말을 보고 분노하던 사람들도 무한도전이나 1박2일을 보며 깨알웃음을 터트릴 것이고, 하이킥 엔딩이 어쩌네 수다를 떨면서 열내다가도 친구들의 깨방정을 보고 자지러질 것입니다. 만약 하이킥 이후의 이야기가 있다면 그 역시도 똑같이 진행될 것이겠지요. 지훈과 세경의 죽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겠지만 보석과 현경은 새아이를 낳고 기뻐할 것이고, 순재와 자옥은 깨가 쏟아지는 황혼을 보낼 것이고, 보석은 1년 후 거대 푸드체인 사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살아가게 되겠지요. 물론 계속되는 희노애락과 함께요.
- 최종적으로는 씁쓸함을 남기고 끝낸 시트콤이지만, 우리네 삶의 다양한 부분을 웃음과 버무려서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제작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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