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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영어에 미친 나라

초등생에 ‘미국 교과서·커리큘럼’ 그대로 영어몰입

미쳤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우리 말 조차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핏덩이들에게 영어를 강요하는 현실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영어는 세계의 공용어나 마찬가지인데다, 현재는 글로벌 시대이기 때문에 영어를 하는 것은 분명 훌륭한 능력이다.  이 정도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쯤 되면 미쳤다고밖에 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출세의 조건이 영어라는 것은 정말 웃기는 일이다.  전혀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직책에서조차 높은 토익 점수를 요구하고, 조금이라도 아이들을 출세가도에 빠르고 안전하게 밀어넣기 위해 조기유학, 기러기아빠도 서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국제중이니 뭐니 해서 이상한 걸 만들더니 이제는 국제초등학교, 국제유치원이다.

본말이 전도됐다.  교육을 통해 재능있는 사람이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하는데 이미 부모의 경제력 여하에 의해 교육능력이 결정되고 결국 부의 세습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재능이 영어에, 돈에 묻히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미네르바의 직업이 무직에 전문대 졸업생이라고 나온 적이 있다.  이를 두고 "아마츄어"라느니 "가짜"라느니 논란이 많았다.  자기들이 이야기했던 가짜의 반만 닮았어도 경제가 이렇게까지 흔들리진 않았을텐데 정말 한심한 꼬락서니다.  영어에 미치고 학벌에 미치면 준재가 가짜가 되고, 가진 건 돈밖에 없는 멍청한 놈들이 세상을 좌지우지하게 될 수도 있다.

지금도 불확실했던 세계 경제 상황을 상당 부분 예견했던 경제전문가가 전문대 졸업에 백수로 묻혀살게 되었는데 미래에는 얼마나 많은 진주들이 땅속에 파묻힌 채 빛을 못 보게 될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다시 중세처럼 계급사회가 돌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